[e스포츠 인터뷰] “이적, 라이엇의 잘못된 결정, 그리고 철학”… FrosT 감독이 처음 밝히는 모든 이야기. ‘FrosT’ 헥터 로사리오 감독 인터뷰
작성자
동양대 이스포츠 뉴스
작성일
2025-12-10 14:45
조회
2767
[e스포츠 인터뷰] “이적, 라이엇의 잘못된 결정, 그리고 철학”… FrosT 감독이 처음 밝히는 모든 이야기. ‘FrosT’ 헥터 로사리오 감독 인터뷰
2025.12.10 | 남이안 (e스포츠학과 저널 편집장)

[Global Esports ‘FrosT’ Hector Rosario 감독]
FrosT(37, 미국) 감독은 현재 VCT 퍼시픽 리그에 참여중인 Global Esports(GE)에 새롭게 선임된 감독이다. 미국 e스포츠 프로 구단 FlipSid3 Tactics의 CEO로 시작해, 발로란트 e스포츠씬에서 코칭 스태프로 100T, FURIA, Talon을 거쳐 현재 Global Esports의 새 감독으로서 팀을 이끌어가고 있다.
동양대 e스포츠 기자단은 지난 12월 6일 서대문구에 위치한 GE의 팀 하우스에 방문하여 FrosT 감독과 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Q - FrosT 감독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Hector ‘FrosT’ Rosario 입니다. 이전에 100 Thieves, FURIA, Talon Esports에서 코칭을 했었고, 현재 Global Esports에서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Q - 이번에 새롭게 Global Esports로 이적을 하셨는데 그 과정은 어떻게 되시나요?
A - 처음에는 Talon과 계약 유지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계약을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바로 GE의 CEO에게 연락해 ‘이런 상황이 생겼는데, 혹시 GE에 자리가 있나요?’라고 물었습니다. 그 당시 GE는 이미 한 코치를 영입하기 24시간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FA가 되자마자 내부 회의를 진행했고, 몇 시간 뒤에 ‘지금 바로 계약할 의향이 있다면 함께하자’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민성 단장도 ‘지금이 기회다’라고 이야기해주었고, 여러 사람들에게서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말을 들으면서 GE행을 결정하게 됐습니다. 물론 과정 전체를 조금 축소해서 말씀드리지만, 전반적으로 이렇게 진행됐습니다.
GE에 합류한 이후에는 바로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로스터 구성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당시 Autumn(케일 던, 호주)은 EMEA로 이적하기 직전이었고, CN 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 선수도 거의 합류할 뻔했으나 시기 차이로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팀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어떤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을까’를 매우 빠르게 판단해야 했습니다.
여러 변수가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로스터에는 개인적으로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발로란트 VCT 퍼시픽 리그 파트너팀, Global Esports]
Q - GE로 이적하게 되면서 주변 환경, 팀 문화등 달라진 요소가 있나요?
A - Talon과 GE의 가장 큰 차이는 '운영 구조'와 '팀 문화'입니다. Talon은 규모가 큰 구단이라 법무팀 등 여러 부서가 있었지만, 발로란트 팀 실무는 저와 김도훈 단장 단둘이서 거의 모든 것을 도맡아 처리해야 했습니다. 반면 GE는 팀에 영향을 주고 지원하는 매니지먼트 인력이 더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팀 내부적으로는 '언어'가 가장 큰 변화입니다. 3년 만에 처음으로 제 모국어인 영어를 쓰는 팀을 맡게 되었습니다. UdoTan(고경원, 대한민국)을 포함해 선수들 모두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해서 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선수들의 성향 또한 저와 훨씬 잘 맞습니다. 이전에 함께했던 태국 선수들은 사고방식이나 문제 해결 접근법이 저와 많이 달랐는데, 지금 GE 선수들은 저와 가치관이 비슷해 호흡을 맞추기 편합니다. 이런 점들이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입니다.
Q - 본인의 SNS에 Talon 로스터 전원 이적에 관련된 글을 남기셨습니다. 이에 관해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A - 저는 라이엇 게임즈가 이번 상황을 완전히 잘못 다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곳에선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여기서 처음 꺼내겠습니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건 라이엇의 결정 기준입니다. 그들은 'APAC 대표 팀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파트너십이 1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APAC 대표성보다는 선수들의 생존과 권익이 최우선 고려 대상이 되었어야 했습니다.
특히 대체 팀으로 선정된 FULL SENSE는 애초에 파트너십 심사에서 탈락했던 팀입니다. 최근 2부 로스터 문제나 1부 리그 협상 과정에서 잡음이 나오는 것만 봐도, 왜 그들이 처음에 선택받지 못했는지 이유는 명확합니다.
무엇보다 라이엇의 결정은 선수들에게서 '협상 주도권'을 빼앗아 버렸습니다. 리그 참가가 확정된 FULL SENSE는 '이제 칼자루는 우리가 쥐었다'는 태도로 나왔고, 결국 선수들은 제가 주선했던 다른 규모 큰 구단들에 갔다면 받았을 대우보다 현저히 낮은 연봉과 보상을 받게 됐습니다. 이것이 과연 선수를 위한 결정입니까, 아니면 선수를 해치는 결정입니까?
라이엇의 태도는 모순적입니다. 애초에 태국 팀들에 대한 신뢰가 부족해 홍콩 구단 이었던 Talon을 태국 대표로 선정했으면서, 이제 와서 굳이 '태국 팀'이어야 한다며 독단적인 결정을 내린 것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이 과정에서 Crws(타나멧 마하타나누윳, 태국) 선수가 겪은 일은 너무나 불공평하고 슬픕니다. 라이엇은 퍼시픽 5주년 행사 때 Crws를 대표 인물로 내세울 만큼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가 곤경에 처하자 돕기는커녕 상황을 더 악화시켰습니다. 결국 Crws는 선수 생활을 이어가지 못하게 됐습니다.
단언컨대, 만약 제가 Talon으로 돌아가야 했다면 Crws가 없는 팀으로는 가지 않았을 겁니다. 그는 제 유일한 IGL(인게임 리더)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씁쓸한 결과입니다.

[FULL SENSE 로고]
Q - 본인의 코칭 철학을 나타내는 단어와 그 의미를 알려주세요.
A - 단 하나의 단어를 꼽자면 단연 '지능'입니다. 저는 이것이 선수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재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코칭 철학의 핵심은 간단합니다. '더 똑똑하게 플레이하면, 더 힘들게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제가 가르치는 거시적인 운영(Macro)이나 선수들의 미시적인 플레이(Micro)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 모두 이 원칙에 기반합니다.
똑똑한 선수는 단순히 현재 상황만 보는 게 아니라 몇 수 앞, 몇 라운드 앞을 내다봅니다. 예를 들어 상대 레이즈가 궁극기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똑똑한 선수는 '상대가 빠르게 들어오겠구나', 혹은 '위험해지면 궁을 써서 빠져나가겠구나'라고 미리 예측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팀의 모든 전략에는 그에 대한 대비책이 있어야겠죠. 왜냐하면 상대의 레이즈 궁극기가 그 라운드의 핵심 승리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언제, 어떻게 궁극기를 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우리 계획의 모든 단계에는 그 변수가 고려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는 매우 높은 수준의 지능이 요구됩니다. 게임 속에는 수많은 캐릭터와 궁극기, 스킬 변수가 존재하고, 내 판단이 항상 옳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플랜 A, 플랜 B, 플랜 C까지 준비해야 합니다.
하지만 보통 머릿속이 복잡해지면 샷 집중력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생각할 게 많을수록 에임은 흔들리죠. 그렇기 때문에 지능이 높아야 합니다. 선수가 똑똑할수록 복잡한 정보를 본능적으로 빠르게 처리할 수 있고, 덕분에 뇌의 리소스를 '생각'이 아닌 '에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제가 지능을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대기실 속 Talon 선수들과 FrosT]
Q - 코치 커리어 시작 전, CEO로서 e스포츠 커리어를 시작하셨습니다. 정말로 ‘부자’이셨나요?
A - 사실 FlipSid3 Tactics는 제가 선수로서 정말 많은 노력을 쏟아부으며 시작한 팀입니다. 원래 소속되어 있던 'Absolute Legends'라는 구단이 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팀원들과 함께 '야, 그냥 우리끼리 팀 하나 만들자'고 의기투합했죠.
하지만 직접 팀을 운영하면서 연습도 하고, 스폰서 전화도 돌리고, 자금을 구하는 일을 병행하는 건 너무 힘들었습니다. 결국 저는 SexyBamboe라는 선수와 교체되었고, 자연스럽게 팀의 대표 자리를 맡게 되었습니다.
그 후 5~6년 동안 제 인생은 오로지 '스폰서'뿐이었습니다. 저한테 부자냐고 물으셨죠? (웃음) 상상도 못 하시겠지만 당시 저는 컨설팅을 비롯해 정말 별의별 일을 다 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여기 젠하이저(Sennheiser) 헤드셋이 있는데, 젠하이저가 e스포츠에 들어오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접니다. 제가 젠하이저를 위해 격투 게임 대회를 운영했고, 카스(CS:GO) 판에도 끌어들였죠. 덕분에 모두가 젠하이저 '게임 제로' 모델을 쓰기 시작했고요. 그렇게 FlipSid3는 젠하이저 스폰서를 따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번 돈은 거의 다 팀으로 재투자되었습니다. 스폰서십 비용, 상금, 외부 활동 수입, 심지어 CS:GO의 '스티커 수익'까지 전부 선수들의 월급으로 들어갔습니다. 사실상 선수들이 수익의 100%를 가져가는 구조였죠. 돈이 제 주머니로 들어오는 게 아니라, 다시 팀을 굴리는 데 쓰였습니다.
제 커리어의 전부가 그랬습니다. 혹시 트위터에서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이건 기자님에게만 처음 말씀드리는 내용입니다. 제가 UCLA에서 TED 강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무대에 서기 위해서는 제가 말하려는 내용이 사실임을 증명해야 했어요. 그래서 저는 학교 측에 세금 신고 내역을 보여줬습니다. 아마 2016년에서 2018년 사이였던 것 같은데, 당시 플립사이드는 '손익분기점'을 맞췄습니다. 그때는 모든 e스포츠 구단들이 수백만 달러씩 적자를 보며 투자를 하던 시기였는데, 저희는 적자를 보지 않았던 거죠.
우리는 거대 자본을 가진 팀들과 경쟁하면서도 흑자 경영을 했습니다. 직원은 고작 4명뿐이었죠.

[UCLA Data & Insights Conference에서 발표를 하는 FrosT]
Q - 코치가 되겠다고 마음 먹은 순간은 언제인가요?
A - 처음 코치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역설적이게도 '제 돈을 선수들에게 월급으로 주기 시작하면서'부터였습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CS:GO) 팀을 운영할 때였는데, 당시 전설적인 선수였던 Markeloff와 B1ad3를 제가 운영하던 팀 이었던 FlipSid3 Tactics로 영입했습니다.
그들에게 제 사비로 월급을 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가 이만큼 큰돈을 쓰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냥 돈만 주고 모르는 척할 수는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즉시 CS:GO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직접 코칭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CS:GO뿐만 아니라 로켓리그 등 다른 종목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선수들에게 돈을 지급하는 순간, 그 돈을 허투루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구단 규모가 크지 않았고 스태프를 많이 고용할 자금도 없었기 때문에 제가 직접 배워서 코칭까지 다 해야만 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e스포츠 판이 커져서 각 게임마다 전문화된 인력을 쓸 수 있지만, 제가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오너이자 코치로서 모든 걸 직접 챙겨야 했던 게 출발점이었습니다.
Q - 코치로서 가장 큰 변화를 겪은 순간은 무엇인가요?
A - 100 Thieves가 제 판단이 옳았음에도 불구하고, 팀 리빌딩을 이유로 저를 해고하기로 결정했을 때가 가장 큰 변화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이후로 쭉 부진했죠.
반대로 제가 가는 팀들은 항상 전보다 더 나은 성적을 냈습니다. 제가 FURIA에 있었던 시절을 보신다면, 당시 북미에서 4승 2패를 기록하며 한때 공동 2위까지 올랐던 팀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멤버 그대로 이듬해에는 1티어 무대조차 힘들어했습니다.
Talon 이야기는 굳이 길게 안 해도 아실 겁니다. 챔피언스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자격이 없어서가 아니었습니다. 퍼시픽 리그 팀들이 국제전에서 워낙 많이 우승하는 바람에 챔피언십 포인트 컷이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탓이죠. 킥오프 이후 부진했던 팀들도 퍼시픽의 성과 덕에 포인트를 많이 쌓았으니까요.
긍정적으로 해석해보자면, 이번에 우리는 챔피언십 포인트 11점을 획득했습니다. 재작년엔 7점만으로도 챔피언스에 갔는데 말이죠. 점수로만 보면 전년보다 4점이나 더 잘했습니다. 스테이지 2에서는 3위를 기록했고요. 사실상 2년 연속 'Top 4' 수준의 팀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챔피언스에 못 간 건 실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단, 솔직히 '운이 없었다'고 봅니다. 정말 딱 한 라운드, 맵 두 개 차이로 놓친 거니까요. 우리는 분명 챔피언스에 갈 만한 팀이었습니다.
Q - 최근 퍼시픽 지역의 국제전 성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 솔직히 말해서, 제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만 해도 저는 퍼시픽이 전 세계에서 가장 수준 낮은 지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눈엔 Gen.G 정도를 빼면 딱히 눈에 띄는 팀이 없었으니까요.
사실 제가 챔피언스에 진출했던 방식 자체가 이 지역 수준이 높지 않다는 증거였다고 봅니다. 기억하시겠지만, 당시 우리는 매주 다른 조합을 들고 나왔습니다.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해서 변칙적인 승부수를 던진 거였는데, 그게 통했다는 것 자체가 지역 전체의 수준을 말해주는 거였죠.
하지만 그해 여름을 지나 오프시즌을 거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퍼시픽의 모든 팀이 ‘각성’했습니다. 단언컨대 올해 퍼시픽은 전 세계에서 압도적으로 가장 강력한 지역이었습니다.
지금 퍼시픽의 4위부터 8위 팀을 무작위로 뽑아서 아메리카스나 EMEA 리그에 데려다 놓으면, 그 팀들은 그쪽 지역 팀들을 뚫고 챔피언스 진출 티켓을 따낼 겁니다. 그만큼 선수층이 두터워졌습니다.
퍼시픽이 이렇게 강해진, 그리고 앞으로도 다른 지역이 따라잡기 힘든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중국' 팀들과 스크림이 가능하다는 지리적 이점 때문입니다. 반대로 중국 팀들, 특히 EDG가 챔피언스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우리 퍼시픽 팀들과 연습하며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중국 팀들의 실력이 올라오면서 퍼시픽과 중국, 이 두 리그가 서로를 자극하며 성장하는 속도는 정말 무시무시할 정도입니다. 북미나 유럽이 이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앞으로 아주 오랫동안 퍼시픽이 '최강 지역' 타이틀을 유지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물론 우리가 모든 대회를 우승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리그 전체의 평균 수준'을 놓고 본다면, 퍼시픽 팀들 대부분이 타 지역 팀들보다 훨씬 우위에 있다고 봅니다.

[Talon 시절 FrosT, Governor, Ban]
Q - 퍼시픽을 포함한, 현재 1부 발로란트 e스포츠 구조에 대한 본인의 견해는 어떻게 되시나요?
A -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저는 퍼시픽 지역이 구조적으로 큰 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더 많은 팀, 특히 중국 팀들과 경기할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반면 아메리카스는 불리한 상황입니다. 남미가 지리적으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죠. 만약 브라질 팀들이 북미 팀들과 자유롭게 섞여서 경기할 수 있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브라질의 재능 있는 선수들이 성장하고 발굴되었을 겁니다.
퍼시픽을 보세요. Xavi8k, UdoTan같은 선수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들은 사실 자국 내 1티어 팀들에게 '대형 영입' 대상으로 여겨지지 않았던 선수들입니다. T1이나 Gen.G가 UdoTan를 데려가지 않았고, Team Secret도 Xavi8k를 뽑지 않았죠. 기존 강팀들은 이미 자신들이 더 뛰어난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테니까요.
하지만 중요한 건, 이런 선수들이 속한 2부 팀들이 중국이나 우리 같은 1부 팀들과 계속 경기를 치르면서 성장한다는 점입니다. 결국 이 선수들은 엄청나게 발전하게 됩니다.
북미의 2부 씬도 매우 강력합니다. 사실 북미 2부은 '고점이 매우 높다'고 평가받는데, 그건 단순히 북미에 실력 있는 선수가 너무 많아서입니다. 미국 인구가 3억 3천만 명인데, 북미 팀(미국+캐나다)은 고작 4~5개뿐입니다. 자리가 턱없이 부족하죠.
결론적으로 저는 다양한 지역의 팀들이 서로 부딪히며 성장할 수 있는 퍼시픽이 현재 가장 유리한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이 이점은 앞으로도 아주 오랫동안 유지될 것이라고 봅니다.
Q - 다가오는 2026시즌을 GE는 어떤 구조로 준비하고 계신가요?
A - Autumn 선수가 우리 팀의 주장을 맡습니다. 하지만 인게임 리더(IGL)는 아닙니다.
Autumn은 이미 여러 번 세계 무대를 밟아봤고 프로 경력도 깁니다. 팀 내에서 가장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죠. 그리고 태도 면에서도 리더로서 적합한 자질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IGL은 Xavi가 맡습니다. 많은 분들이, 심지어 GE 구단 관계자들도 처음엔 이 결정을 의아해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Xavi가 좋은 IGL이라고 확신합니다. 제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다만 냉정하게 말해 Xavi는 팀 전체를 장악하는 '주장'의 리더십을 맡기엔 아직 경험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전술적인 지시는 Xavi가 하되, 팀의 기강을 잡는 역할은 Autumn이 하는 것입니다.
Kr1stal(사바 표도로프, 러시아) 역시 팀 내에서 목소리를 낼 줄 알지만, 본인이 '전투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이는 UdoTan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리하자면 팀의 목소리는 저와 Xavi가 주도합니다. 그리고 Autumn은 팀의 '보안관'입니다. 누군가 선을 넘거나 규율을 어기면 그가 알아서 정리해 줄 겁니다. 아주 좋은 구성의 팀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Ascension Pacific 2025에서 Xavi8k]
Q - 선수 및 어시스턴트 코치를 결정할 때는 어떤 요소를 평가하고 선발하시나요?
A - 선수를 선발하는 기준은 당시 로스터 상황과 팀의 목표에 따라 항상 달라집니다.
올해 GE의 경우에는 무엇보다 압도적인 '재능'이 필요했습니다. 게임 지능이나 전략적인 부분은 제가 채워줄 수 있지만, 샷이나 피지컬 같은 순수 재능은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요. 경쟁력 있는 팀을 만들기 위해 이번엔 철저히 재능을 1순위로 보고 뽑았습니다.
반면 코칭 스태프를 뽑을 때는 기준이 조금 다릅니다. 보통은 지능, 성실함, 창의성 순으로 보지만, 최근에는 저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저와 생각하는 방식도 다르고, 행동도 다르고, 의견도 정반대인 사람이 필요하더군요. 그래야 제가 미처 보지 못한 사각지대를 채워줄 수 있으니까요. 요즘은 저와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을 우선적으로 찾고 있습니다.
Q - 자신이 생각하는 올바르고 효율적인 e스포츠 팀의 구조는 어떤 형태인가요?
A - 팀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프런트, 코칭 스태프, 선수단 사이에 '건강한 대화'가 오가는 구조입니다.
사람이 많으면 의견도 많고, 각자의 자아도 강하기 때문에 우리는 절대 모든 것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e스포츠는 스트레스가 극심한 직업이기에, 갈등이 생겼을 때 이를 제대로 소통하고 해결해 나가는 능력이 필수적입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추구하는 가장 이상적인 문화는 '선수가 자기 할 일만 하는 것'입니다.
저는 선수가 본인의 역할 이상을 하려고 들거나, 혹은 그래야 한다고 착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만약 동료에게 문제가 있다면 그건 코칭 스태프가 고치거나 그 선수를 교체하면 될 일입니다.
선수가 동료를 믿지 못해서, 혹은 돕겠다는 마음으로 오지랖을 부리며 자기 역할 밖의 일을 하려고 할 때 인게임 실수가 나옵니다. 본인의 플레이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게 되니까요.
그래서 제 모토는 '너는 네 할 일만 해라, 나머지는 내가 다 알아서 하겠다'입니다. 최근 들어 제가 팀 문화를 만들 때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Q - 코치의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미디어’ 보유는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A - 몇 년 전이었다면 중요하지 않다고 했겠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미디어는 게임의 성장을 위해 필수적이고, 팬들은 팀 내부 사정을 궁금해하니까요.
무엇보다 코치가 미디어 앞에 서야 하는 이유는 '여론을 관리'하고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팀 내부가 흔들리지 않도록 솔직하게 소통하거나, 때로는 전략적으로 대응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저는 라이엇이 흥행을 위해 어린 선수들을 무리하게 카메라 앞에 세우는 것에 반대합니다.
제가 100 thieves에 있을 당시 팀에는 Hiko, Nitr0, Steel 같은 거물급 베테랑들이 있었습니다. Hiko는 발로란트 스트리밍의 얼굴이었고, Nitr0는 북미 카스의 전설, Steel도 엄청난 경력을 가진 선수였죠.
그런데 라이엇이 계속 루키인 Asuna만 찾으니 형님들이 불만을 가졌습니다. '야, 이거 뭐 하자는 거야?' 하면서 저한테 불평했죠. 가뜩이나 무대 위 압박감도 심한 어린 선수에게 카메라까지 들이대면 안 됩니다.
작년에도 라이엇과 비슷한 언쟁을 했습니다. Primmie(빠파팟 시파파, 태국) 때문이었죠. 그들은 계속 '프리미, 프리미!'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제 막 데뷔해서 적응하기도 바쁜 어린아이를 억지로 슈퍼스타로 만들려고 하더군요. 하지만 Primmie는 아직 마이크를 잡고 대중 앞에 설 준비가 안 된 상태였습니다. 이제 막 데뷔해 경기 압박감만으로도 벅찬 어린 선수들을 억지로 슈퍼스타로 만들려다 보면 오히려 탈이 날 수 있습니다. 인터뷰는 베테랑인 Crws처럼 준비된 선수가 하는 게 맞습니다.
결국 코치가 인터뷰를 자처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선수 대신 '총알받이'가 되기 위함입니다. 패배의 비난을 제가 대신 감수함으로써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제 직업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Q - 프로 코치를 꿈꾸고 있는 차세대 코치들에게 전할 말씀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 절대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많이 안다고 착각할수록, 실제로는 아는 게 적어지는 법입니다.
작은 예시 하나를 들어보겠습니다. 제가 CN 리그에서 활동하던 한국인 코치 한 분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시간을 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심지어 통역까지 대동해서 말이죠.
혹시 Anaks(예상준, 대한민국) 코치를 아시나요? JDG(징동 게이밍)에 있었던 코치인데, 저와는 언어도 통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JDG가 보여준 전술적인 움직임 중에 궁금한 점들이 있어서, 제가 직접 만남을 주선하고 Ban(조지프 오, 미국)선수에게 통역을 부탁해 대화를 나눴습니다.
한국의 많은 분들은 Anaks 코치를 고평가하지 않을 수도 있고, 실제로 그는 현재 은퇴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당시 Talon이 모두를 이기고 다니던 시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잠깐만, JDG의 저 전략은 진짜 좋은데?'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면식도 없었지만 제가 먼저 연락해서 배움을 청했죠.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겁니다. 누구에게서 무엇을 배우게 될지, 혹은 누구에게 영감을 받을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코치로서의 생명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Global Esports 팀 하우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FrosT]
Q - 마지막으로 2026년도 Global Esports의 예상 순위 및 목표 성적은 어떻게 되시나요?
A - 첫 번째 목표는 명확합니다. 챔피언스 진출에 실패한다면 그건 '완전한 실패'입니다. 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오직 국제 챔피언십 우승뿐입니다. 정규 시즌 우승이나 마스터스 트로피도 물론 멋지지만, 저에게는 결국 국제 챔피언십이 전부입니다.
두 번째 목표는 이미 선수들에게도 말했던 부분인데, 선수 모두가 내년에는 팀을 이끌 수 있는 리더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이번 시즌의 경험을 바탕으로 Xavi가 훗날 '필리핀 슈퍼팀'을 이끌 수 있는 재목이 되길 바랍니다.
Autumn 선수의 경우 호주 씬의 상황(리그 축소 등) 때문에 계획이 조금 달라졌지만, 그에게도 똑같이 말했습니다. 퍼시픽 내에서 호주 팀을 이끌 수 있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요.
Kr1stal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그가 나중에 EMEA으로 가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 제대로 된 IGL로서 팀을 지휘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요약하자면 단기적인 목표는 무조건 '챔피언스 진출'이고, 장기적인 목표는 훗날 이 선수들이 각자 흩어졌을 때 3개의 강력한 팀을 이끄는 주축이 되도록 성장시키는 것입니다.
인터뷰 후 FrosT 감독은 즐겁게 기자단과 헤어졌다. 이처럼 코칭 철학이 단단하고, 경험또한 많은 FrosT 감독이기 때문에 다가오는 2026년의 Global Esports의 결과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2025.12.10 | 남이안 (e스포츠학과 저널 편집장)

[Global Esports ‘FrosT’ Hector Rosario 감독]
FrosT(37, 미국) 감독은 현재 VCT 퍼시픽 리그에 참여중인 Global Esports(GE)에 새롭게 선임된 감독이다. 미국 e스포츠 프로 구단 FlipSid3 Tactics의 CEO로 시작해, 발로란트 e스포츠씬에서 코칭 스태프로 100T, FURIA, Talon을 거쳐 현재 Global Esports의 새 감독으로서 팀을 이끌어가고 있다.
동양대 e스포츠 기자단은 지난 12월 6일 서대문구에 위치한 GE의 팀 하우스에 방문하여 FrosT 감독과 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Q - FrosT 감독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Hector ‘FrosT’ Rosario 입니다. 이전에 100 Thieves, FURIA, Talon Esports에서 코칭을 했었고, 현재 Global Esports에서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Q - 이번에 새롭게 Global Esports로 이적을 하셨는데 그 과정은 어떻게 되시나요?
A - 처음에는 Talon과 계약 유지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계약을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바로 GE의 CEO에게 연락해 ‘이런 상황이 생겼는데, 혹시 GE에 자리가 있나요?’라고 물었습니다. 그 당시 GE는 이미 한 코치를 영입하기 24시간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FA가 되자마자 내부 회의를 진행했고, 몇 시간 뒤에 ‘지금 바로 계약할 의향이 있다면 함께하자’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민성 단장도 ‘지금이 기회다’라고 이야기해주었고, 여러 사람들에게서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말을 들으면서 GE행을 결정하게 됐습니다. 물론 과정 전체를 조금 축소해서 말씀드리지만, 전반적으로 이렇게 진행됐습니다.
GE에 합류한 이후에는 바로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로스터 구성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당시 Autumn(케일 던, 호주)은 EMEA로 이적하기 직전이었고, CN 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 선수도 거의 합류할 뻔했으나 시기 차이로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팀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어떤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을까’를 매우 빠르게 판단해야 했습니다.
여러 변수가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로스터에는 개인적으로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발로란트 VCT 퍼시픽 리그 파트너팀, Global Esports]
Q - GE로 이적하게 되면서 주변 환경, 팀 문화등 달라진 요소가 있나요?
A - Talon과 GE의 가장 큰 차이는 '운영 구조'와 '팀 문화'입니다. Talon은 규모가 큰 구단이라 법무팀 등 여러 부서가 있었지만, 발로란트 팀 실무는 저와 김도훈 단장 단둘이서 거의 모든 것을 도맡아 처리해야 했습니다. 반면 GE는 팀에 영향을 주고 지원하는 매니지먼트 인력이 더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팀 내부적으로는 '언어'가 가장 큰 변화입니다. 3년 만에 처음으로 제 모국어인 영어를 쓰는 팀을 맡게 되었습니다. UdoTan(고경원, 대한민국)을 포함해 선수들 모두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해서 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선수들의 성향 또한 저와 훨씬 잘 맞습니다. 이전에 함께했던 태국 선수들은 사고방식이나 문제 해결 접근법이 저와 많이 달랐는데, 지금 GE 선수들은 저와 가치관이 비슷해 호흡을 맞추기 편합니다. 이런 점들이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입니다.
Q - 본인의 SNS에 Talon 로스터 전원 이적에 관련된 글을 남기셨습니다. 이에 관해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A - 저는 라이엇 게임즈가 이번 상황을 완전히 잘못 다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곳에선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여기서 처음 꺼내겠습니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건 라이엇의 결정 기준입니다. 그들은 'APAC 대표 팀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파트너십이 1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APAC 대표성보다는 선수들의 생존과 권익이 최우선 고려 대상이 되었어야 했습니다.
특히 대체 팀으로 선정된 FULL SENSE는 애초에 파트너십 심사에서 탈락했던 팀입니다. 최근 2부 로스터 문제나 1부 리그 협상 과정에서 잡음이 나오는 것만 봐도, 왜 그들이 처음에 선택받지 못했는지 이유는 명확합니다.
무엇보다 라이엇의 결정은 선수들에게서 '협상 주도권'을 빼앗아 버렸습니다. 리그 참가가 확정된 FULL SENSE는 '이제 칼자루는 우리가 쥐었다'는 태도로 나왔고, 결국 선수들은 제가 주선했던 다른 규모 큰 구단들에 갔다면 받았을 대우보다 현저히 낮은 연봉과 보상을 받게 됐습니다. 이것이 과연 선수를 위한 결정입니까, 아니면 선수를 해치는 결정입니까?
라이엇의 태도는 모순적입니다. 애초에 태국 팀들에 대한 신뢰가 부족해 홍콩 구단 이었던 Talon을 태국 대표로 선정했으면서, 이제 와서 굳이 '태국 팀'이어야 한다며 독단적인 결정을 내린 것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이 과정에서 Crws(타나멧 마하타나누윳, 태국) 선수가 겪은 일은 너무나 불공평하고 슬픕니다. 라이엇은 퍼시픽 5주년 행사 때 Crws를 대표 인물로 내세울 만큼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가 곤경에 처하자 돕기는커녕 상황을 더 악화시켰습니다. 결국 Crws는 선수 생활을 이어가지 못하게 됐습니다.
단언컨대, 만약 제가 Talon으로 돌아가야 했다면 Crws가 없는 팀으로는 가지 않았을 겁니다. 그는 제 유일한 IGL(인게임 리더)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씁쓸한 결과입니다.

[FULL SENSE 로고]
Q - 본인의 코칭 철학을 나타내는 단어와 그 의미를 알려주세요.
A - 단 하나의 단어를 꼽자면 단연 '지능'입니다. 저는 이것이 선수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재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코칭 철학의 핵심은 간단합니다. '더 똑똑하게 플레이하면, 더 힘들게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제가 가르치는 거시적인 운영(Macro)이나 선수들의 미시적인 플레이(Micro)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 모두 이 원칙에 기반합니다.
똑똑한 선수는 단순히 현재 상황만 보는 게 아니라 몇 수 앞, 몇 라운드 앞을 내다봅니다. 예를 들어 상대 레이즈가 궁극기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똑똑한 선수는 '상대가 빠르게 들어오겠구나', 혹은 '위험해지면 궁을 써서 빠져나가겠구나'라고 미리 예측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팀의 모든 전략에는 그에 대한 대비책이 있어야겠죠. 왜냐하면 상대의 레이즈 궁극기가 그 라운드의 핵심 승리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언제, 어떻게 궁극기를 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우리 계획의 모든 단계에는 그 변수가 고려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는 매우 높은 수준의 지능이 요구됩니다. 게임 속에는 수많은 캐릭터와 궁극기, 스킬 변수가 존재하고, 내 판단이 항상 옳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플랜 A, 플랜 B, 플랜 C까지 준비해야 합니다.
하지만 보통 머릿속이 복잡해지면 샷 집중력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생각할 게 많을수록 에임은 흔들리죠. 그렇기 때문에 지능이 높아야 합니다. 선수가 똑똑할수록 복잡한 정보를 본능적으로 빠르게 처리할 수 있고, 덕분에 뇌의 리소스를 '생각'이 아닌 '에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제가 지능을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대기실 속 Talon 선수들과 FrosT]
Q - 코치 커리어 시작 전, CEO로서 e스포츠 커리어를 시작하셨습니다. 정말로 ‘부자’이셨나요?
A - 사실 FlipSid3 Tactics는 제가 선수로서 정말 많은 노력을 쏟아부으며 시작한 팀입니다. 원래 소속되어 있던 'Absolute Legends'라는 구단이 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팀원들과 함께 '야, 그냥 우리끼리 팀 하나 만들자'고 의기투합했죠.
하지만 직접 팀을 운영하면서 연습도 하고, 스폰서 전화도 돌리고, 자금을 구하는 일을 병행하는 건 너무 힘들었습니다. 결국 저는 SexyBamboe라는 선수와 교체되었고, 자연스럽게 팀의 대표 자리를 맡게 되었습니다.
그 후 5~6년 동안 제 인생은 오로지 '스폰서'뿐이었습니다. 저한테 부자냐고 물으셨죠? (웃음) 상상도 못 하시겠지만 당시 저는 컨설팅을 비롯해 정말 별의별 일을 다 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여기 젠하이저(Sennheiser) 헤드셋이 있는데, 젠하이저가 e스포츠에 들어오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접니다. 제가 젠하이저를 위해 격투 게임 대회를 운영했고, 카스(CS:GO) 판에도 끌어들였죠. 덕분에 모두가 젠하이저 '게임 제로' 모델을 쓰기 시작했고요. 그렇게 FlipSid3는 젠하이저 스폰서를 따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번 돈은 거의 다 팀으로 재투자되었습니다. 스폰서십 비용, 상금, 외부 활동 수입, 심지어 CS:GO의 '스티커 수익'까지 전부 선수들의 월급으로 들어갔습니다. 사실상 선수들이 수익의 100%를 가져가는 구조였죠. 돈이 제 주머니로 들어오는 게 아니라, 다시 팀을 굴리는 데 쓰였습니다.
제 커리어의 전부가 그랬습니다. 혹시 트위터에서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이건 기자님에게만 처음 말씀드리는 내용입니다. 제가 UCLA에서 TED 강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무대에 서기 위해서는 제가 말하려는 내용이 사실임을 증명해야 했어요. 그래서 저는 학교 측에 세금 신고 내역을 보여줬습니다. 아마 2016년에서 2018년 사이였던 것 같은데, 당시 플립사이드는 '손익분기점'을 맞췄습니다. 그때는 모든 e스포츠 구단들이 수백만 달러씩 적자를 보며 투자를 하던 시기였는데, 저희는 적자를 보지 않았던 거죠.
우리는 거대 자본을 가진 팀들과 경쟁하면서도 흑자 경영을 했습니다. 직원은 고작 4명뿐이었죠.

[UCLA Data & Insights Conference에서 발표를 하는 FrosT]
Q - 코치가 되겠다고 마음 먹은 순간은 언제인가요?
A - 처음 코치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역설적이게도 '제 돈을 선수들에게 월급으로 주기 시작하면서'부터였습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CS:GO) 팀을 운영할 때였는데, 당시 전설적인 선수였던 Markeloff와 B1ad3를 제가 운영하던 팀 이었던 FlipSid3 Tactics로 영입했습니다.
그들에게 제 사비로 월급을 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가 이만큼 큰돈을 쓰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냥 돈만 주고 모르는 척할 수는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즉시 CS:GO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직접 코칭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CS:GO뿐만 아니라 로켓리그 등 다른 종목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선수들에게 돈을 지급하는 순간, 그 돈을 허투루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구단 규모가 크지 않았고 스태프를 많이 고용할 자금도 없었기 때문에 제가 직접 배워서 코칭까지 다 해야만 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e스포츠 판이 커져서 각 게임마다 전문화된 인력을 쓸 수 있지만, 제가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오너이자 코치로서 모든 걸 직접 챙겨야 했던 게 출발점이었습니다.
Q - 코치로서 가장 큰 변화를 겪은 순간은 무엇인가요?
A - 100 Thieves가 제 판단이 옳았음에도 불구하고, 팀 리빌딩을 이유로 저를 해고하기로 결정했을 때가 가장 큰 변화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이후로 쭉 부진했죠.
반대로 제가 가는 팀들은 항상 전보다 더 나은 성적을 냈습니다. 제가 FURIA에 있었던 시절을 보신다면, 당시 북미에서 4승 2패를 기록하며 한때 공동 2위까지 올랐던 팀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멤버 그대로 이듬해에는 1티어 무대조차 힘들어했습니다.
Talon 이야기는 굳이 길게 안 해도 아실 겁니다. 챔피언스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자격이 없어서가 아니었습니다. 퍼시픽 리그 팀들이 국제전에서 워낙 많이 우승하는 바람에 챔피언십 포인트 컷이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탓이죠. 킥오프 이후 부진했던 팀들도 퍼시픽의 성과 덕에 포인트를 많이 쌓았으니까요.
긍정적으로 해석해보자면, 이번에 우리는 챔피언십 포인트 11점을 획득했습니다. 재작년엔 7점만으로도 챔피언스에 갔는데 말이죠. 점수로만 보면 전년보다 4점이나 더 잘했습니다. 스테이지 2에서는 3위를 기록했고요. 사실상 2년 연속 'Top 4' 수준의 팀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챔피언스에 못 간 건 실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단, 솔직히 '운이 없었다'고 봅니다. 정말 딱 한 라운드, 맵 두 개 차이로 놓친 거니까요. 우리는 분명 챔피언스에 갈 만한 팀이었습니다.
Q - 최근 퍼시픽 지역의 국제전 성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 솔직히 말해서, 제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만 해도 저는 퍼시픽이 전 세계에서 가장 수준 낮은 지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눈엔 Gen.G 정도를 빼면 딱히 눈에 띄는 팀이 없었으니까요.
사실 제가 챔피언스에 진출했던 방식 자체가 이 지역 수준이 높지 않다는 증거였다고 봅니다. 기억하시겠지만, 당시 우리는 매주 다른 조합을 들고 나왔습니다.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해서 변칙적인 승부수를 던진 거였는데, 그게 통했다는 것 자체가 지역 전체의 수준을 말해주는 거였죠.
하지만 그해 여름을 지나 오프시즌을 거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퍼시픽의 모든 팀이 ‘각성’했습니다. 단언컨대 올해 퍼시픽은 전 세계에서 압도적으로 가장 강력한 지역이었습니다.
지금 퍼시픽의 4위부터 8위 팀을 무작위로 뽑아서 아메리카스나 EMEA 리그에 데려다 놓으면, 그 팀들은 그쪽 지역 팀들을 뚫고 챔피언스 진출 티켓을 따낼 겁니다. 그만큼 선수층이 두터워졌습니다.
퍼시픽이 이렇게 강해진, 그리고 앞으로도 다른 지역이 따라잡기 힘든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중국' 팀들과 스크림이 가능하다는 지리적 이점 때문입니다. 반대로 중국 팀들, 특히 EDG가 챔피언스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우리 퍼시픽 팀들과 연습하며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중국 팀들의 실력이 올라오면서 퍼시픽과 중국, 이 두 리그가 서로를 자극하며 성장하는 속도는 정말 무시무시할 정도입니다. 북미나 유럽이 이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앞으로 아주 오랫동안 퍼시픽이 '최강 지역' 타이틀을 유지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물론 우리가 모든 대회를 우승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리그 전체의 평균 수준'을 놓고 본다면, 퍼시픽 팀들 대부분이 타 지역 팀들보다 훨씬 우위에 있다고 봅니다.

[Talon 시절 FrosT, Governor, Ban]
Q - 퍼시픽을 포함한, 현재 1부 발로란트 e스포츠 구조에 대한 본인의 견해는 어떻게 되시나요?
A -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저는 퍼시픽 지역이 구조적으로 큰 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더 많은 팀, 특히 중국 팀들과 경기할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반면 아메리카스는 불리한 상황입니다. 남미가 지리적으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죠. 만약 브라질 팀들이 북미 팀들과 자유롭게 섞여서 경기할 수 있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브라질의 재능 있는 선수들이 성장하고 발굴되었을 겁니다.
퍼시픽을 보세요. Xavi8k, UdoTan같은 선수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들은 사실 자국 내 1티어 팀들에게 '대형 영입' 대상으로 여겨지지 않았던 선수들입니다. T1이나 Gen.G가 UdoTan를 데려가지 않았고, Team Secret도 Xavi8k를 뽑지 않았죠. 기존 강팀들은 이미 자신들이 더 뛰어난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테니까요.
하지만 중요한 건, 이런 선수들이 속한 2부 팀들이 중국이나 우리 같은 1부 팀들과 계속 경기를 치르면서 성장한다는 점입니다. 결국 이 선수들은 엄청나게 발전하게 됩니다.
북미의 2부 씬도 매우 강력합니다. 사실 북미 2부은 '고점이 매우 높다'고 평가받는데, 그건 단순히 북미에 실력 있는 선수가 너무 많아서입니다. 미국 인구가 3억 3천만 명인데, 북미 팀(미국+캐나다)은 고작 4~5개뿐입니다. 자리가 턱없이 부족하죠.
결론적으로 저는 다양한 지역의 팀들이 서로 부딪히며 성장할 수 있는 퍼시픽이 현재 가장 유리한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이 이점은 앞으로도 아주 오랫동안 유지될 것이라고 봅니다.
Q - 다가오는 2026시즌을 GE는 어떤 구조로 준비하고 계신가요?
A - Autumn 선수가 우리 팀의 주장을 맡습니다. 하지만 인게임 리더(IGL)는 아닙니다.
Autumn은 이미 여러 번 세계 무대를 밟아봤고 프로 경력도 깁니다. 팀 내에서 가장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죠. 그리고 태도 면에서도 리더로서 적합한 자질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IGL은 Xavi가 맡습니다. 많은 분들이, 심지어 GE 구단 관계자들도 처음엔 이 결정을 의아해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Xavi가 좋은 IGL이라고 확신합니다. 제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다만 냉정하게 말해 Xavi는 팀 전체를 장악하는 '주장'의 리더십을 맡기엔 아직 경험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전술적인 지시는 Xavi가 하되, 팀의 기강을 잡는 역할은 Autumn이 하는 것입니다.
Kr1stal(사바 표도로프, 러시아) 역시 팀 내에서 목소리를 낼 줄 알지만, 본인이 '전투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이는 UdoTan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리하자면 팀의 목소리는 저와 Xavi가 주도합니다. 그리고 Autumn은 팀의 '보안관'입니다. 누군가 선을 넘거나 규율을 어기면 그가 알아서 정리해 줄 겁니다. 아주 좋은 구성의 팀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Ascension Pacific 2025에서 Xavi8k]
Q - 선수 및 어시스턴트 코치를 결정할 때는 어떤 요소를 평가하고 선발하시나요?
A - 선수를 선발하는 기준은 당시 로스터 상황과 팀의 목표에 따라 항상 달라집니다.
올해 GE의 경우에는 무엇보다 압도적인 '재능'이 필요했습니다. 게임 지능이나 전략적인 부분은 제가 채워줄 수 있지만, 샷이나 피지컬 같은 순수 재능은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요. 경쟁력 있는 팀을 만들기 위해 이번엔 철저히 재능을 1순위로 보고 뽑았습니다.
반면 코칭 스태프를 뽑을 때는 기준이 조금 다릅니다. 보통은 지능, 성실함, 창의성 순으로 보지만, 최근에는 저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저와 생각하는 방식도 다르고, 행동도 다르고, 의견도 정반대인 사람이 필요하더군요. 그래야 제가 미처 보지 못한 사각지대를 채워줄 수 있으니까요. 요즘은 저와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을 우선적으로 찾고 있습니다.
Q - 자신이 생각하는 올바르고 효율적인 e스포츠 팀의 구조는 어떤 형태인가요?
A - 팀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프런트, 코칭 스태프, 선수단 사이에 '건강한 대화'가 오가는 구조입니다.
사람이 많으면 의견도 많고, 각자의 자아도 강하기 때문에 우리는 절대 모든 것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e스포츠는 스트레스가 극심한 직업이기에, 갈등이 생겼을 때 이를 제대로 소통하고 해결해 나가는 능력이 필수적입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추구하는 가장 이상적인 문화는 '선수가 자기 할 일만 하는 것'입니다.
저는 선수가 본인의 역할 이상을 하려고 들거나, 혹은 그래야 한다고 착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만약 동료에게 문제가 있다면 그건 코칭 스태프가 고치거나 그 선수를 교체하면 될 일입니다.
선수가 동료를 믿지 못해서, 혹은 돕겠다는 마음으로 오지랖을 부리며 자기 역할 밖의 일을 하려고 할 때 인게임 실수가 나옵니다. 본인의 플레이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게 되니까요.
그래서 제 모토는 '너는 네 할 일만 해라, 나머지는 내가 다 알아서 하겠다'입니다. 최근 들어 제가 팀 문화를 만들 때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Q - 코치의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미디어’ 보유는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A - 몇 년 전이었다면 중요하지 않다고 했겠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미디어는 게임의 성장을 위해 필수적이고, 팬들은 팀 내부 사정을 궁금해하니까요.
무엇보다 코치가 미디어 앞에 서야 하는 이유는 '여론을 관리'하고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팀 내부가 흔들리지 않도록 솔직하게 소통하거나, 때로는 전략적으로 대응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저는 라이엇이 흥행을 위해 어린 선수들을 무리하게 카메라 앞에 세우는 것에 반대합니다.
제가 100 thieves에 있을 당시 팀에는 Hiko, Nitr0, Steel 같은 거물급 베테랑들이 있었습니다. Hiko는 발로란트 스트리밍의 얼굴이었고, Nitr0는 북미 카스의 전설, Steel도 엄청난 경력을 가진 선수였죠.
그런데 라이엇이 계속 루키인 Asuna만 찾으니 형님들이 불만을 가졌습니다. '야, 이거 뭐 하자는 거야?' 하면서 저한테 불평했죠. 가뜩이나 무대 위 압박감도 심한 어린 선수에게 카메라까지 들이대면 안 됩니다.
작년에도 라이엇과 비슷한 언쟁을 했습니다. Primmie(빠파팟 시파파, 태국) 때문이었죠. 그들은 계속 '프리미, 프리미!'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제 막 데뷔해서 적응하기도 바쁜 어린아이를 억지로 슈퍼스타로 만들려고 하더군요. 하지만 Primmie는 아직 마이크를 잡고 대중 앞에 설 준비가 안 된 상태였습니다. 이제 막 데뷔해 경기 압박감만으로도 벅찬 어린 선수들을 억지로 슈퍼스타로 만들려다 보면 오히려 탈이 날 수 있습니다. 인터뷰는 베테랑인 Crws처럼 준비된 선수가 하는 게 맞습니다.
결국 코치가 인터뷰를 자처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선수 대신 '총알받이'가 되기 위함입니다. 패배의 비난을 제가 대신 감수함으로써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제 직업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Q - 프로 코치를 꿈꾸고 있는 차세대 코치들에게 전할 말씀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 절대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많이 안다고 착각할수록, 실제로는 아는 게 적어지는 법입니다.
작은 예시 하나를 들어보겠습니다. 제가 CN 리그에서 활동하던 한국인 코치 한 분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시간을 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심지어 통역까지 대동해서 말이죠.
혹시 Anaks(예상준, 대한민국) 코치를 아시나요? JDG(징동 게이밍)에 있었던 코치인데, 저와는 언어도 통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JDG가 보여준 전술적인 움직임 중에 궁금한 점들이 있어서, 제가 직접 만남을 주선하고 Ban(조지프 오, 미국)선수에게 통역을 부탁해 대화를 나눴습니다.
한국의 많은 분들은 Anaks 코치를 고평가하지 않을 수도 있고, 실제로 그는 현재 은퇴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당시 Talon이 모두를 이기고 다니던 시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잠깐만, JDG의 저 전략은 진짜 좋은데?'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면식도 없었지만 제가 먼저 연락해서 배움을 청했죠.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겁니다. 누구에게서 무엇을 배우게 될지, 혹은 누구에게 영감을 받을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코치로서의 생명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Global Esports 팀 하우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FrosT]
Q - 마지막으로 2026년도 Global Esports의 예상 순위 및 목표 성적은 어떻게 되시나요?
A - 첫 번째 목표는 명확합니다. 챔피언스 진출에 실패한다면 그건 '완전한 실패'입니다. 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오직 국제 챔피언십 우승뿐입니다. 정규 시즌 우승이나 마스터스 트로피도 물론 멋지지만, 저에게는 결국 국제 챔피언십이 전부입니다.
두 번째 목표는 이미 선수들에게도 말했던 부분인데, 선수 모두가 내년에는 팀을 이끌 수 있는 리더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이번 시즌의 경험을 바탕으로 Xavi가 훗날 '필리핀 슈퍼팀'을 이끌 수 있는 재목이 되길 바랍니다.
Autumn 선수의 경우 호주 씬의 상황(리그 축소 등) 때문에 계획이 조금 달라졌지만, 그에게도 똑같이 말했습니다. 퍼시픽 내에서 호주 팀을 이끌 수 있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요.
Kr1stal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그가 나중에 EMEA으로 가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 제대로 된 IGL로서 팀을 지휘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요약하자면 단기적인 목표는 무조건 '챔피언스 진출'이고, 장기적인 목표는 훗날 이 선수들이 각자 흩어졌을 때 3개의 강력한 팀을 이끄는 주축이 되도록 성장시키는 것입니다.
인터뷰 후 FrosT 감독은 즐겁게 기자단과 헤어졌다. 이처럼 코칭 철학이 단단하고, 경험또한 많은 FrosT 감독이기 때문에 다가오는 2026년의 Global Esports의 결과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프로스트 파이팅
?